전쟁 1년 반) 우크라 반격에 남은 시간은 한달 남짓? - 서방 vs 우크라 작전상 이견도
전쟁 1년 반) 우크라 반격에 남은 시간은 한달 남짓? - 서방 vs 우크라 작전상 이견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8.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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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기대에 못미치자 미국·나토와 우크라이나 간에는 작전 다툼이 불거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 6개월(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반격 개시 12주 (6월 4일 추정)를 맞아 나타난 현상이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미국) vs '분산과 균형'(우크라이나)이라는 서로 다른 작전 개념의 충돌이다. 동원 가능한 모든 군사력을 한 곳(자포로제 남쪽의 '서부 전선')에 집중해 강력한 러시아 방어망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미국과, 그럴 경우에는 다른 전선의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궁극적으로 러시아군의 포위 작전에 말릴 것이라고 반박하는 우크라이나 간의 논쟁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몇 주간 미군 관리들과 논쟁을 벌인 끝에 작전을 조정했다고 23일 보도했다. WSJ은 "미국은 키예프(키이우) 측에 아조프(아조우) 해안으로 진격하기 위해서는 자포로제주(州) '오레호프' 공격 방향(서부 전선)으로 모든 전력을 투입할 것을 촉구했다"며 "이에 필요한 전차와 장갑차 등 군사 장비는 이미 제공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로 군사 장비가 더 많이 인도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측에 병력 집중을 요구한 서부 전선, 오레호프(맨위)에서 라보티노(왼쪽 아래)를 거쳐 토크마크, 멜리토폴로 이어지는 반격 루트다/얀덱스 지도 캡처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전략 요충지 '바흐무트'와 북동부 전선에도 병력을 배치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함참 의장격)은 지난 10일 서방 측 파트너(미국의 밀리 합참의장, 토니 라다킨 영국 합참의장, 크리스토퍼 카볼리 유럽주둔군 나토 사령관)와의 화상회의에서 "이것은 제 2차세계대전의 향방을 가른 '쿠르스크 전투' (소련군이 독일 나치군의 마지막 공세를 격파하면서 전쟁의 흐름을 바꾼 전투/편집자"라며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당시의 전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 측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의 많은 여단 병력들이 동쪽(도네츠크주의 '동부 전선'/편집자)에 배치돼 있고, '서부 전선'에서도 지뢰 제거를 위한 공병과 포병, 기계화 부대 등 제병협동전술(諸兵協同戰術)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우크라이나는 장기적으로 전투력을 잃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맞섰다고 한다. 또 제공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제병협동전술'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고, 전투 경험(혹은 훈련)이 있는 병력은 공격 부대 전체의 50~70%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군의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지난 5월 밀리 미 합참의장과 전화로 작전을 협의했다고 공개한 포스팅/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미·나토의 '선택과 집중' 요구는 전날 미 뉴욕타임스(NYT)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NYT는 "우크라이나는 반격작전에서 견고한 러시아 방어선을 돌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최고의 전투 부대들을 잘못 배치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서부 전선'으로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반격작전의 주요 목표가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로를 끊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군수물자 공급선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지휘부는 엉뚱하게도 병력과 화력을 '동부 전선'에도 (서부전선과 마찬가지로) 균등하게 배치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NYT에 "작전의 변경만으로도 반격 속도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공세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스트라나.ua는 23일 군사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수복에 왜 그렇게 공을 들이는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바흐무트의 함락직전까지도 지원병력을 투입하며 사수에 나섰고(젤렌스키 대통령도 사수 명령/편집자), 이제는 재탈환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때 바흐무트의 운명이 6.24 군사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의 위상을 높여 러시아군의 전열을 흐트러뜨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기대했던 군사반란이 실패하고 친(親) 프리고진 매체들도 러시아군 지도부(쇼이구 국방장관-게라시모프 군총참모장)에 대한 비판을 줄인 상황(프리고진의 비행기 사고전/편집자)에서 바흐무트가 왜 중요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특히 전투 준비가 가장 잘 된 우크라이나군 부대 중 일부가 바흐무트 근처에서 싸우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바흐무트 점령 사실을 공개하는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텔레그램 영상 캡처 

러시아군이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는 북동부 쿠퍈스크-스바토보-크레멘나야 전선의 방어선에 일부 주력 부대를 옮긴 것도 논란거리다. 최근 튀르키예(터키) 억류에서 데니스 프로코펜코 사령관이 귀국하면서 부활한 아조프(아조우) 연대도 그 곳으로 배치됐다. 아조프 연대는 개전 초기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 제철단지에서 결사저항하다가 러시아군에게 항복한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부대다. 프로코펜코 사령관 등 지휘관 6명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터키에 머물기로 했는데,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과 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들을 전격 석방한 바 있다. 러시아측이 크게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드네프로강의 지류인 '오스콜'강 동안(東岸)에 자연적인 방어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이 곳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에서는 전략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지역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로 통로를 끊으면, 러시아군이 지난해 가을과 같이 보급로 문제로 이 곳에서도 자연적으로 철수할 것으로 본다.

물론, 소수이지만 반대 주장도 있다. 러시아군이 이 곳에서 서진(西進)을 계속하면 하르코프(하르키우)가 위험해진다. 또 남하하면, 바흐무트와 동부 전선의 우크라이나군 부대가 러시아군에 포위될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속도다. 누가 먼저 상대방의 방어선을 뚫고 작전 목표를 달성하느냐에 달렸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바흐무트나 쿠퍈스크-스바토보-크레멘나야 전선이 러시아군에게 뚫리기 전에, 서부 전선으로 밀고 내려가 아조프해의 러시아군 지휘부를 위협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미국·나토가 서부 전선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당연하지만, 러-우크라 군의 전력 차이에 달렸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이 비록 느리긴 하지만 계속 전진하고 있는 만큼, 병력이 추가로 투입되면 진격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연히 위험 요소도 있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군이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리치찬스크 점령을 끝으로 모든 전선에서 진격을 중단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병력과 군사장비의 손실에도 공격을 계속하다 보니, 각 전선의 러시아군 전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보급 루트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치밀한 방어전략으로 전력의 손실을 최소화한 우크라이나군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동원된 예비군들과 자원 입대자들이 속속 보강됐다. 러시아군은 1천㎞에 이르는 긴 전선에서 공격하고 방어하기엔 병력및 물자 부족을 실감했다. 급기야 헤르손 등 일부 지역에서는 병력을 철수하고, 지난해 9월에는 병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부분 동원령을 발령해야 했다. 

같은 논리로, 우크라이나군이 병력을 서부 전선에 집중시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러시아의 1차 방어선을 뚫고 2차 방어선에 도착하더라도, 자칫하면 그 사이에 입은 손실을 보충하지 못해 더이상 전진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다. 원래 러시아군의 1차 방어선이 무너지면, 곧장 투입돼 2차 방어선으로의 진격을 이끌어야 할 우크라이나군 제 82여단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1차 방어선 돌파에 투입(미 포브스지)된 게 대표적이다.

드네프로강 서안의 헤르손에서 지난해 가을 임시 부교를 통해 철군하는 러시아군/영상 캡처

특히 병력 이전으로 약화된 다른 전선이 러시아군에게 허망하게 무너지면, '서부 전선'으로의 우크라이나군 총공격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쿠르스크 전투'처럼 전쟁의 향방을 가르는 '마지막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서부 전선'을 방어하는 러시아군의 전력이 우크라이나군의 집중 공격을 막아낼 만큼 탄탄한지 여부다. 러시아도 다른 전선에서 정예 병력을 빼내 '서부 전선'의 방어력을 높이거나, 예비 병력으로 보강해야 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RU)이 예측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9.10 지방선거 직후 추가 동원령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러시아의 추가 동원설이 크렘린의 거듭된 부인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고 본다. 

지방선거 이후 러시아에 동원령이 발령되더라도, 징집된 예비 병력이 훈련 등을 거쳐 전투 현장에 도착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빨라야 9월 말이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은 그 전에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반격작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제 1개월 남짓 남았다"는 결론을 내놨다.

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참모장은 서방 파트너의 작전 변경 요청에 동의했다고 한다. 다소 과장한다면, 연내에 전쟁을 끝내느냐, 내년으로 넘겨 장기전으로 돌입하느냐는 이제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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