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내년 3월 대선, 진짜 물건너 갔나? - 여야 '전쟁 중 선거' 실시 않기로
우크라 내년 3월 대선, 진짜 물건너 갔나? - 여야 '전쟁 중 선거' 실시 않기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2.01 0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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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는 물건너 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지난 30일 집권 여당 '인민의 종'을 포함해 최고라다(의회)에 의석을 가진 여야 모든 정당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선거를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헌법에 따르면 계엄령하에서는 선거(특히 총선)를 실시할 수 없다. 다만, 대선의 경우, 의회의 관련법 개정을 전제로 선거 실시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나온 상태다. 여야의 이번 합의는 내년 대선을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 의회인 '베르호느나야 라다'(최고라다)/사진출처:НикВести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야는 11월 10~12일 열린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장 모네 대화'(Диалог Жана Моне за мир и демократиюJean, Monnet Dialogue for Peace and Democracy)에서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선거를 실시하지 않되, 계엄령 해제 6개월 이내에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여야의 합의는 '제9차 장 모네 대화에서 나온 결론'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명시됐다.

'장 모네 대화'는 정당간에 대화를 통해 민주주의 의회 문화를 만들자는 뜻으로, 유럽의회가 개발한 소통 플랫폼이다. 9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의회에 등록된(의석을 가진) 모든 정당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화'에 참석한 한 야당 인사는 스트라나.ua 측에 "참가한 모든 정당이 국가와 국민의 분열을 막기 위해 전시 중 선거 중단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이 내년 봄 대선 실시 가능성을 고려하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쿨레바 외무장관의 발언 이후, 실제로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징후가 포착됐다"며 "여당인 '인민의 종' 측도 막판까지 자체 확인을 거쳐 '전쟁 중 선거 실시 중단 조항'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인민의 종' 지도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도 "앞으로 '장 모네 대화'의 일부로 채택된 문서가 전쟁이 끝나기 전에 선거를 실시하는데, 또다른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실이 선거를 강행하려면 (의회에서) 큰 저항이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이 국민들도 전쟁 중 선거에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투표 장면/사진출처:스트라나.ua

키예프 사회학 국제 연구소(KIIS, 러시아어로는 КМИС Киевский международный институт социологии)가 지난 10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는 '전시중 선거'에 반대했고, 찬성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또 대다수의 응답자는 온라인 투표에 반대했으며, 특히 65%는 '부정 선거'의 위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사회 연구단체 '랭킹'(социологический групп "Рейтинг")'의 여론조사에서도 전쟁중 선거 반대 답변이 62%로, 과반수를 훌쩍 넘었다.

'인민의 종' 다비드 아라하미아 대표도 지난 11월 24일 TV 채널 '1+1'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내년에 선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확신에 찬 발언도 '장 모네 대화'의 합의로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라하미아 인민의 종 대표 인터뷰 모습/영상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내년 대선 실시를 놓고 장고를 거듭해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부에서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며 총선·대선 실시를 촉구했으나 현실적으로 선거를 실시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위험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선에 배치된 군인들과 해외 난민, 투표장의 안전, 경비 등 현실적인 이유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 주변에서는 '선거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높아 '내년 대선이 연임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것.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0월 '전쟁이 끝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도 부담스럽다.

당초의 선거 일정에 따르면 총선은 지난 10월에 실시되었어야 하고,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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