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절기를 맞아 하계 반격 작전을 접고, 방어 전략으로 돌아섰다고?
우크라, 동절기를 맞아 하계 반격 작전을 접고, 방어 전략으로 돌아섰다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1.2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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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눈과 한파, 결빙 시즌을 앞두고 반격에서 방어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지난 24일 하루를 결산하는 기획기사 속 '군사적 관점과 동원'(Военные перспективы и мобилизация) 코너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여전히 1991년 국경선 내 영토 탈환을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지만, 주변의 정황이나 군사적 행동 등으로 판단하면, 방어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군사적 방어 요새 건설에 관한 부처 간 실무 그룹이 국방부 산하에 창설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또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이미 우크라이나가 방어 태세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이 덮힌 우크라군 참호/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최근 경질되기 전까지 전황 브리핑에 앞장섰던 안나 말랴르 전 국방차관도 이날 발트해 연안 라트비아 언론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다시 공세로 돌아섰으며, 우크라이나군은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태세로의 전환이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반격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뒤끝인지, '겨울 전쟁'에 대비한 작전 전환인지, 내년 4월 재반격를 위한 준비용인지, 평화 협상을 위한 정지작업인지 불명확하다. 다만, 이같은 작전 변경이 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키예프(키이우) 방문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해 4월 첫 방문이후 1년 7개월여만인 지난 20일 키예프(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1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변경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오스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전과 같은 전쟁터에서 전쟁의 판을 바꾸는 '마술 지팡이' 같은 무기는 없으며, 힘들고 지독한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장기전에 대비한 현실적인 수행을 강조했다. 방어 전략의 선택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의 키예프 방문에 앞서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는 우크라이나가  고강도 공세 전략을 접고, 휴전 협상과 함께 장기 방어전 태세로 전환을 촉구하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명예회장(전 협회장) 등의 기고를 실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이스라엘 충돌과 미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의 분위기 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측에 '방어 작전으로의 전환'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스트라나.ua가 전한 우크라이나 국방부 발표를 보면, 우크라이나 정치·군사 최고 지휘부는 작전 전환 결정을 내린 듯하다. 

이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과 미하일 표도로프 디지털 혁신 장관이 회의를 갖고 러시아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요새 건설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정부 부서간 실무그룹을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두 장관은 회의에서 1차 방어선은 군부대가, 2차 및 3차 방어선은 민간 업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국가재건기반시설개발청이 책임을 맡기로 합의했다. 건설 자금은 정부와 각 지자체, 참여하는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군지휘관 회의/사진출처:우크라 국방부

이같은 방어 요새 구축 방식은 러시아를 '벤치 마킹'한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반격 작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넘어서지 못했던 소위 '남부 전선'의 러시아 방어 진지는 국영기업(사실상 정부)과 지역 주지사, 민간 기업의 참여로 만들어졌다.

전장 지휘관들도 방어 진지 구축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방어 요새의 구축도 없이 무작정 (바흐무트 등) 도시 방어에 나섰던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군사 전술적 실패'라고 질타했던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전 대통령실 고문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세르게이 나예프 우크라이나 합동군 사령관이 26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어 진지 구축을 입에 올렸다.

그는 "전쟁은 이제 장기적인 '자원 전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러시아군에 대한 군사 물자 보급이 계속되고, 상대적으로 서방측의 대우크라 지원이 줄어든다면 전선은 앞으로 우크라이나 남동부 너머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대비를 촉구했다. 나아가 "우리는 방어 시설을 구축하고, 지뢰를 설치하고, 방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공세에 대비하고 있다"며 "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에는 50만 개의 대전차 지뢰가 설치됐다고도 했다.

벨라루스 방향으로 방어요새 구축한 우크라이나군/텔레그램 영상 캡처

전선의 교착상태를 공식 인정한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참모장이 우크라 지원을 위한 서방국가들의 소통 회의인 '람스타인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서방측이 그동안 믿고 결정해온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의 '정무적 발언'과 함께 군사 작전상의 냉정한 판단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23일 람스타인 회의에서 "전장 상황을 참석자들에게 자세히 알렸다"며 "러시아군의 군사 작전과 위협, 가까운 미래에 대한 작전 계획 등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제 1차 세계대전과 같은 교착상태(장기 참호 진지전/편집자)에 들어갔고, '깊고 아름다운 돌파구'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해 우크라이나 국내외에 파문을 안겼다. 

잘루즈니 우크라 군총참모장과 안나 말랴르 국방차관/사진출처:말랴르 인스타그램

국방차관 시절, 잘루즈니 총참모장과 가깝게 지냈던 말랴르 전 차관의 라트비아 매체 인터뷰는 더욱 구체적이다. .

그녀는 "다시 공세에 나선 러시아군의 목적은 우리(우크리아)를 완전히 지치게 하고, 다음 행동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에 적극 대처(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대중에게 인기있는 해결책이 필요한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이런 전쟁에서는 어떤 형태로는 국민의 동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동원 대상자들을 향해서는 '조국을 위해 더이상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공격에서 방어로의 작전 전환에는 필연적으로 병력의 재배치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최전선에 배치된 병력을 후방 병력으로 교체하든, 강력한 동원을 통해 확보한 새로운 예비군으로 교대하든, 공격에 앞장서온 부대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전장에 나간 남편과 아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달라는 어머니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라트비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방부와 군 참모부에 정기적인 징집과 예비군 동원, 징집및 동원 해제, 군사위원회 역할, 최전선 병력의 순환및 휴가 등 병력 운영의 포괄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종합적인 징집및 동원 계획'은 조만간 마련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라하미아 '인민의 종' 대표/사진출처:아라하미아 텔레그램

집권 여당 '인민의 종' 아라하미아 대표도 병력 동원 문제에 대한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전쟁터에서 싸운 병력과 1, 2급 장애 병사(부상병)들의 전역 혹은 동원 해제,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 병사들에 대한 처우, 국방 업무 수행 능력이 매우 제한적인 환자들의 동원 면제, 징집 연령(을 낮추고 대학생들의 징집 연기를 폐지하는)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중이라고 했다.

그는 국방부와 군참모부와 협의를 거쳐 동원에 관한 한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병력 보충 문제는 가장 화급한 과제 중의 하나다. 최고라다(의회) 국가 안보위원회 소속 로만 코스텐코 의원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동원 비리 등을 이유로 전국의 군사위원(각 지역의 병무청장 격)들을 해고한 뒤, 동원 문제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병력 보충 문제는 포탄 부족 현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징집 대상 연령을 20세 이하로, 강제 동원 대상자를 27세 이하로 낮추는 등 인기 없는 정책 결정이 화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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