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상태의 우크라이나 전쟁, 2024년 전망은? - 영 이코노미스트지
교착 상태의 우크라이나 전쟁, 2024년 전망은? - 영 이코노미스트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1.19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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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의 기고와 인터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대통령실)을 발끈하게 만들었던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우크라이나의 현 전황을 평가하고, 2024년 전쟁 흐름을 전망했다. 요약하면, 우크라이나의 여름철 반격은 최소한의 목표치를 훨씬 넘어섰으나, 이젠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져들고 있고, 내년에는 더 어렵고 위험한 시기를 맞게 된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져들 수 있나든 이코노미스크지 웹페이지/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11월 18일)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6월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은 '바흐무트' 전투에서 약간의 진전을 이뤘다"며 "산발적인 보병 공격이 계속되더라도 부대원들이 이미 지쳤고, 탄약 부족과 날씨 등으로 겨울철에는 공격이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대신, 양측은 상대에 대한 장거리 공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주간지는 바로 전주(前週) '우크라이나 공세는 끝났습니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위성으로 감지한 폭발 횟수(폭격)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을 분석한 뒤 "지난 6월 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반격은 실패했으며, 양측은 약간의 영토 확보 혹은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우크라이나 공세가 절정에 다달았던 8월 중순, 남부 전선에서는 매일 거의 1,000건에 달하는 폭발이 기록됐으나(월 말에야 우크라이나군의 라보티노 점령 발표가 나왔다/편집자), 10월 13일 이후 맑은 날에도 폭발 회수가 300회를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세가 둔화됐다는 뜻이다. 

위성이 포착한 전장의 폭발 회수를 기준으로 본 우크라군 공세 그래프/사진출처:이코노미스트

또 우크라이나는 지난 가을 러시아 점령지의 13%를 회복했으나, 올해의 반격에서는 큰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썼다.

올 겨울철 양측의 공방전에 대해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는 지난해 겨울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습할 가능성이 높다"며 "러시아는 이미 미사일을 많이 비축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와는 달리, 드론과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로 크림반도를 자주 타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도 타격 목표를 러시아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로 확대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사기 진작에 도움은 될 지언정, 군사·전략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지난 겨울 러시아군의 에너지 기반시설 공습으로 암흑천지로 변한 키예프(키이우)시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내년 전쟁의 향방은, 결국 누가 더 정예 병력을 더 빨리 가동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훈련된 병력의 확보 문제다. 러시아군은 지난 여름 최전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병력을 확보했으나, 공세를 계속하려면 새로운 동원령을 내려야 하고, 이는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 

반면, 이미 총동원령이 내려진 우크라이나는 20세 미만의 남성을 징집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학업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징집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내년 봄 반격을 계획하고 있지만, 공격에 필요한 지상군 병력을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 주간지의 주장이다. 이 주간지는 앞서 미국 관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을 19만 명(사망 7만명, 부상 12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2024년의 또다른 과제는,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을 확대, 개선할 수 있느냐다. 지난 여름 반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내년 반격 작전이 성공을 거두려면 이를 보완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많은 제병부대가 참여하는 복잡한 작전을 계획하고 지휘할 수 있는 장교들이 각 부대에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영국 챌린저 전차(탱크)로 러시아의 대전차 장애물 제거 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기갑부대/텔레그램 영상 캡처 

스트라나.ua(11월 10일)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 9월 미국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군 8만4,000명 이상이 서방 무기의 운용법과 전술 관련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2022년 6월부터 최소 3만명의 우크라이나 신병이 5주간 훈련을 받았다"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실시된 최대 규모의 훈련"이라고 발표했다.

러-우크라 양 측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러시아는 2022년 말 군사 장비 생산 설비를 확충한 결과, 2024년에는 포탄 200만 발과 수백 대의 탱크를 신규로 생산하거나 개조할 수 있다. 북한도 엄청난 규모의 포탄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의 포탄 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내년에도 포병 전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또 올해 봄처럼 서방으로부터 대규모 군사 장비 이전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전망했다. 서방측의 군사 장비 지원은 주로 장비의 유지 보수 쪽에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앞으로 서방측이 무기를 계속 직접 생산할 지, 우크라이나에 합작 공장을 설립할 지 여부다. 

2024년에는 흑해가 주목받는 전선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우크라 중 한쪽이 지상전에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다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를 오가는 민간 화물선을 공격하고, 우크라이나가 이에 맞서 러시아 흑해 함대및 시설을 타격하면서, 흑해가 점점 더 핵심 전투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9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세바스토폴 흑해함대 기지에서 수리중인 러시아 잠수함이 손상된 모습/사진출처:텔레그램

이코노미스트지의 결론은 이렇다.
러시아의 전략은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이 지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다. 서방의 낙관론자들은 전쟁이 러시아의 정치적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믿고, 비관론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몇년간 끄떡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결국, '누구도 모른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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