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 수상자(예키모프 박사) 배출한 이오페 물리기술, 바빌로프 광학연구소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예키모프 박사) 배출한 이오페 물리기술, 바빌로프 광학연구소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15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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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화학상은 문지 바웬디(62)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공대) 교수, 루이스 브루스(80) 컬럼비아대 교수와 함께 러시아 출신의 알렉세이 예키모프(78, Алексей Екимов) 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연구원(박사) 등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 수상을 일군 업적은 '양자(量子, quantum)점'(퀀텀 도트, 혹은 퀀텀닷)의 입증과 합성, 그리고 후속 연구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출처:노벨상 위원회

양자 개념은 어렵다. 전기와 빛과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하나의 물질(입자) 단위로 표현할 때, 가장 작은 단위(혹은 입자)라고 할 수 있다.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나노) 크기의 입자(나노 입자)는 크기들이 같을 때에만 같은 성질을, 다를 때에는 다른 성질(양자 효과)를 나타낸다는 게 이론적으로는 입증됐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를 반도체에서 구현한 과학자가 바로 예키모프 박사다. 그는 지난 1981년 소련 레닌그라드에 있는 '바빌로프 국립광학연구소'(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оптический институт имени С. И. Вавилова, 현재는 АО㈜ ГОИ им. С.И. Вавилова)에서 염화구리로 만든 나노 입자를 이용해 '양자 효과'를 색유리로 구현해낸 것이다. 2년 뒤에는 브루스 교수가 소위 '콜로이드 양자점'으로 불리는 '콜로이드 용액의 반도체 미세 결정'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고, 그의 제자인 바웬디 교수는 10년 뒤(1993년)에야 실용 가능한 특성을 갖춘 ‘고품질’ 양자점(퀀텀닷)을 만들어냈다.

화학상 수장자들/영상 캡처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양자점'을 실험실에서 확인하고 이를 합성해 만들어낸(실용화) 게 수상 과학자 3명의 업적이다.

예키모프 박사는 수상자 발표후 노벨상 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양자점(양자 효과) 발견 당시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며 "이론적으로 많이 연구된 양자구속효과(Quantum confinement)에 따른 현상에 불과했고, 그것은 러시아에서 물리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20여년 전에 나왔던 이론을 실험적으로 입증했을 뿐"이라고 했다.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예키모프 박사는 1967년 레닌그라드 국립대학(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물리학부를 졸업한 뒤, 1974년 '이오페 물리기술연구소'(Физико-технический институт им. А. Ф. Иоффе, ФТИ им. А. Ф. Иоффе)에서 '박사 후보' 논문(당시에는 '박사 후보'를 거쳐야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편집자)이 통과됐다. 논문은 '반도체에서 전달체 스핀의 광학적 방향'(Оптическая ориентация спинов носителей в полупроводниках)에 관한 연구다.

그는 1970년대를 '이오페 물리기술연구소'와 '바빌로프 국립광학연구소'에서 보내면서 '반도체의 전자및 핵 스핀의 광학적 방향 연구'에 몰두했고, 1981년 기어코 '양자 효과'를 색유리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그의 연구 실적은 '양자 효과' 구현 전인 1976년 이미 국가(소련)로 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 해 '반도체에서 전자 및 핵 스핀의 광학적 방향과 관련된 새로운 현상의 탐지 및 연구'(Обнаружение и исследование новых явлений, связанных с оптической ориентацией спинов электронов и ядер в полупроводниках)에 대한 공로로 소련의 과학기술 부문 상을 수상한 것.

예키모프 박사/사진출처:상트페테르부르크 교원협회

박사 학위는 1989년 '반도체 미세 결정의 양자 분야 현상'(Квантовые размерные явления в полупроводниковых микрокристаллах)에 관한 논문으로 받았다.

소련의 붕괴 뒤인 1999년 미국 뉴욕의 나노크리스털 테크놀로지로 옮겨 수석 책임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6년에는 노벨상 공동 수상자인 브루스 교수와 (양자의 광학적 특성에 관한 이론적 모델을 제시한) 알렉산드르 에프로스 '이오페 물리기술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우드상(Wood Prize)'를 공동 수상했다. '나노 결정의 양자점 구현과 전자 및 광학 특성에 대한 선도적 연구'(открытие нанокристаллических квантовых точек и пионерские исследования их электронных и оптических свойств)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또 프랑스(에콜 폴리테크니크, 클라우드 베르나르드 대학)과 독일(막스 플란크 인스티튜트), 일본(오사카 대학)에서 방문 교수로 일하고, 100편이 넘는 논문을 썼다. 발명품도 적지않다. 

노벨상 위원회는 “양자점은 이제 양자점 발광 다이오드(QLED) TV와 컴퓨터 모니터, LED 램프의 빛에 색깔을 구현하고, 생화학자와 의료진이 인체내 조직을 (색깔로) 분류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전자 기기와 센서, 태양 전지 및 암호화된 양자 통신 등의 분야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전자 업체는 2011년 양자(퀀텀닷) 디스플레이를 개발했고, 삼성전자가 상용화한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와 태양전지,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의 연구 성과가 활용되고 있다.

예키모프 박사가 양자점을 입증한 시기를 전후해 근무한 러시아(소련) 바빌로프 국립광학연구소와 이오페 물리기술 연구소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오페 연구소는 예키모프 박사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오페 연구소(위)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한 연구소 홈페이지/위키피디아, 홈피 캡처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산하의 이오페 물리기술 연구소는 1918년 아브람 이오페가 레닌그라드에 설립한 러시아 최대 연구기관 중 하나다. 반도체 장치과 고체 물리학, 플라즈마 및 우주 분야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한다. 이 연구소는 과학 출판물 전체 인용 지수에서 러시아내 기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2022년에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미국과 캐나다의 제재 목록에 올랐다. 예키모프 박사가 노벨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서방 일각에서는 제재 목록에 오른 연구소에서 일한 러시아 출신 과학자가 어떻게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근무했던 또다른 연구소인 바빌로프 국립광학연구소(GOI)는 러시아 국영 기초과학 연구센터인 '로스테흐'(Государственной корпорации Ростех) 산하의 주식회사다. 처음에는 광학 기기와 기술의 연구 개발 및 구현을 위한 순수 연구기관으로 출발(1918년)했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 2012년 합자회사로, 2015년에는 주식회사가 됐다. 

바빌로프 광학연구소 홈피(위)와 전경/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 연구소는 그동안 광학 및 계측 분야에 상당한 연구 성과를 남겼고, 원자 및 분자 분광학, 발광, 광화학, 전산 광학, 천문 광학은 물론, 홀로그램과 아이콘 및 이미지 처리, 대기 및 해양 광학, 레이저 기술, 광섬유 및 통합 광학과 같은 새로운 유망 분야의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또 유리, 크리스탈, 세라믹, 광섬유 기반 제품이나 '베릴륨'과 같은 비 전통적 재료 등을 이용해 새롭고 독특한 특성을 지닌 광학 재료를 만들고 있다. 스펙트럼의 모든 영역에서 각종 코팅 및 광학 접착제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 독일 등 해외 대기업의 연구개발 부서와 교류및 협력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 접촉및 협력 업무는 1990년 설립된 '광학 협회'(러시아 정식 명칭은 Оптическое общество имени Д. С. Рождественского)가 맡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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