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 '장수'(국방장관)를 교체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왜?
전쟁 중에 '장수'(국방장관)를 교체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9.04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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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경질설이 나돌던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이 3일 끝내 '소문'을 극복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러시아 매체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이번 주에 루스템 우메로프(41) 국유재산기금 대표를 후임장관으로, 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국방부가 이제 군대와 사회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다른 형식의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또 신임 우메로프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의회가 그를 잘 알고 있으며(야당 의원), 추가 소개가 필요하지 않다"며 "의회가 동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무 교대하는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위는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 우메로프, 아래는 레즈니코프 장관/사진출처:영상 캡처, golos.com.ua

우크라이나에서 국방부 장관 등 각료의 교체는 의회의 승인(동의)를 얻어야 한다. 

2021년 11월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레스니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마찬가지로, 반대 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해임 압력에 시달려 왔다. 결과적으로 쇼이구 장관은 '바그너 그룹'의 6.24 군사반란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켰으나, 레즈니코프 장관은 끝내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의 퇴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국방 전력 확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레즈니코프 장관의 지지 세력은 그가 러시아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서방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군사 원조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반대 세력은 전쟁 와중에 터진 군납스캔들 등 국방부를 둘러싼 부정부패 의혹의 최정점에 서 있는 인물로 비판해왔다.

스트라나.ua는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교체로 부패 스캔들과 같은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레즈니코프 장관의 무능함에 대한 비판에서 한동안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또 우메로프 후보자가 안드레이 예르마크 대통령실 실장의 인맥이라는 점을 들어 '예르마크 세력'(젤렌스키 대통령의 방송 제작 스튜디어 출신 인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새 후보자의 역할이 수도 키예프(키이우)에서 클리츠코 시장에 맞서 재정과 재산, 정보 등 모든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야박한 평가도 있다. 

군사 전문 사이트 '검열'(Цензор)의 유리 부투소프 편집장은 페이스북에 "2022년 9월부터 우크라이나 국유재산기금을 이끌고 있는 우메로프 후보자는 전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 후보자가 어떤 행동 프로그램도 갖고 있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이해도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직위에서 어떻게든 배워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수만 명의 피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메로프 후보자는 지금까지 '흑해 곡물 협정' 등 민감한 대외 협상에 우크라이나 대표로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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