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의 우크라 반환은 환상?"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발언에 우크라 배신감
"크림반도의 우크라 반환은 환상?"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발언에 우크라 배신감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8.1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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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측으로서는 잇따른 악재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NATO)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사무총장실이 '영토와 나토 가입을 맞바꾸는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제기한(이후 "발언 실수"라고 정정) 데 이어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재임 2007~2012년)이 16일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 반환될 것으로 믿지 않으며, 유엔 통제하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7일 "이미 은퇴한 서방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더욱 솔직하게, 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프랑스 피가로지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사진출처:위키피디아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전날(16일) 피가로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한다는 서방 지도자들의 말은 강력하고 단호하다"면서 "그러나 '끝까지'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크림반도를 점령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모스크바까지 진격하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지만, 1954년까지 러시아인(정확히는 소련의 러시아 민족공화국 소속)이었고, 주민 대부분이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하는 이 영토(크림반도)에 관한 한 과거로의 회귀는 환상"이라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유엔)의 엄격한 통제 하에 조직된, 불가역적(不可逆的)인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크림반도는 지난 2014년 국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에 병합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측은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격작전을 통해 크림반도를 수복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에 대해 잇따라 '사포타주'(비밀 폭파공작) 공격을 가하고, 크림반도 상공으로, 또 흑해함대를 향해 자폭 드론을 날려보내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측의 사보타주로 끊어진 크림대교/사진출처:크림24 채널
여름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 크림반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다른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서도 "모든 것은 전황에 달려 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부당하게 빼앗긴 것을 되돌리기 위해 당연히 노력할 것이지만,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분쟁이 터지고,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영토 문제를 최종적이고 투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가 엄격하게 통제하는 국민 투표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타협 없이는 아무 것도 작동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 간의 다리"로서 중립국으로 남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모스크바와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프랑스 대통령의 의무는 러시아와의 대화의 길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발언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즉각 "러시아의 정복전쟁을 정당화하고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범죄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2008년, 특히 ​​2014년 이웃 나라의 땅을 점령하려는 푸틴(대통령)의 범죄 계획에 대한 서방 지도자들의 격려가 우크라이나 전쟁 학살의 시작에 기여했다"며 "사르코지는 장기 (전쟁)범죄의 직접적인 공모자"라고 비난했다.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사진출처:페북

스트라나.ua는 "포돌랴크 고문이 지난 2008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가입 행동 계획 승인을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함께 나토 가입 행동 계획 승인을 반대한 바 있다. 이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사실상 좌절됐고, 오늘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일단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물론 새로운 국민투표 실시에 대해서는 언잖아하는 여론도 감지된다. 러시아 온라인 매체 rbc는 17일 크림반도 의회가 사로코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면서도 국민투표 재실시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대담하고 정확하다"며 "그가 2008년 러-그루지야(조지아)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오늘날까지 상식을 잃지 않고 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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