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보면 젤렌스키의 '권력장악 시나리오'가 보인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보면 젤렌스키의 '권력장악 시나리오'가 보인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5.21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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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해산 - 조기 총선 - 총선서 1당 확보 - 정국운영 주도권 확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취임후 첫 업무로 '의회 해산'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그가 추구하는 '권력 장악' 시나리오는 2년여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걸어간 길을 연상케 한다. 일단 의회가 해산되면 60일이내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설립한 정당 '국민의 종'의 승리가 유력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취임식/ 사진출처: 대통령실

마크롱 대통령도 사실상 단기필마로 대선에 뛰어들어 2017년 5월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뒤, 그의 지지세력인 중도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총선에서 의석을 대거 확보하면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전문가들은 60일내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기를 등에 업은 '국민의 종'이 제1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국 주도권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손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존 의회가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대통령의 의회 해산령에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포로셴코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 '페트로 포로셴코 블록'과 연정을 유지해온 '국민전선'은 새 대통령 취임식 사흘 전인 지난 17일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총선 60일 전까지만 대통령의 의회해산을 가능하도록 한 헌법 조항을 염두에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취임식을 최대한 늦추려다 실패한 '국민전선'이 이번에는 '한 달로 규정된 새 연정의 구성 협상 기간에는 의회를 해산할 수 없다'는 또다른 조항을 들어 의회 해산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정권교체기에도 이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해 신임대통령과 기존 의회간의 힘겨루기는 '국민의 지지도'에 의해 결판날 전망이다. 대통령 취임식 날짜를 둘러싼 양측간의 대치 상황도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측의 승리로 끝난 바 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젤렌스키 새 정부를 괴롭히는 또다른 현안은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1단계로 동부지역 내전 종식, 2단계로 크림반도와 동부지역 재 장악을 내세웠지만, 러시아측이 호락호락 응할 태세는 아니다. 급해진 마음에 취임식에 축하단으로 온 미국 대표단에 '러시아에 대한 중단없이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지만, 강공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러시아측은 새 대통령이 동부지역 지도자들과 조건없이 협상에 응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더욱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젤렌스키 새 대통령에게 축하 전문도 보내지 않을 방침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0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 해결에 성과가 나든가, 대 러시아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그 첫 번째 성과로 대통령 취임을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날 계획도 없다고 했다. 나아가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의 일부"라고 못박았다.

양측의 주장을 보면, 지금까지 달려온 평행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말(협상)으로 성과를 내거나, 행동이나 힘으로 러시아측에 압박하기란 쉽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 세력이 지난 2014년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뒤 분리·독립을 선언하고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국제사회는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분리주의 반군세력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교전 중단과 평화 정착 방안에 합의하고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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