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를 뒤흔드는 미국발 '가짜뉴스'에 모두 침묵하는 까닭?
베네수엘라를 뒤흔드는 미국발 '가짜뉴스'에 모두 침묵하는 까닭?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5.01 19: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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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가짜뉴스'의 정의가, 그 뿌리가 흔들릴 판이다. 가짜뉴스라면 대개 러시아측에서 내보내는 것으로 안다. 미국 등 서방측은 지금까지 결백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다. 냉전 시절 서방 유력 언론은 '철의 장막'에 가려 있는 구소련내 권력 이동에 대해 의도적으로 가짜 뉴스를 내보내곤 했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와병설이 대표적이었다. 그가 몇일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의 신상 변화 혹은 거취를 확인하기 위해 실각설 혹은 와병설을 보도했다. 공산당 서기장은 그제사 못 이기는 채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공익(?)을 위해 정부와 언론이 짜고 친 전형적인 가짜뉴스였다.

거의 똑같은 일이 '포스트 냉전' 시절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미국은 공공연히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0일 CNN와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쿠바 망명을 위해) 비행기까지 대기시켰으며, 오늘 오전 떠날 준비를 마쳤는데 우리가 알기로는 러시아가 마두로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잔류를 시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이 쿠바로 망명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마두로는 (쿠바 행) 비행기에 탔을 때 발생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는 미국이 뭘 기대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사자인 마두로 대통령과 러시아측이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의 마리아 자카로바 외교부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애를 쓰더니 이제는 '가짜뉴스'로 정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도 폼페이오 장관의 주장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 제발 좀, 이건 정말 어이없는 소리다"고 일축했다.

미국이 이같은 가짜뉴스를 내보낸 이유는 간단하다. 이날 오전부터 카라카스 시내 곳곳에서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들이 쏟아져 나왔고, 최루탄과 장갑차를 앞세워 진압하는 경찰 및 군 병력에 맞서 대치 중이었다.

또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일부 군인들과 함께 마두로 정권 전복을 위한 군사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반정부 시위대와 콰이도 측에는 용기를 주고, 마두로측 지지세력의 사기를 꺾기 위한 속셈이 분명했다. 가짜뉴스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전하면 잘못된 정보 혹은 오보이고, 러시아가 나서면 가짜뉴스가 되는 참으로 희한한 국제 판도다. 우리 언론은 왜 이를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 있을까? 미국이 하는 건 다 정의이고, 공익에 적합하기 때문일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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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시아 2019-05-02 06:23:57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싼 미-러시아간 야외 공방전은 1일에도 계속됐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언론 보도문을 통해 미국 측의 요청으로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측은 CNN 인터뷰에 이어 러시아측에 도바 직접적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해 손을 떼라고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측은 그러나 "주권 국가(베네수엘라)의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이 국가 지도부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외무부는 밝혔다. 나아가 "공격적 행보 지속은 아주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사전 경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양측이 베네수엘라서 맞붙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