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의 불만 달래기에 '장기판의 졸'이 된 러시아 대사
벨라루스의 불만 달래기에 '장기판의 졸'이 된 러시아 대사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5.01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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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 강경파 바비치 벨라루스 주재 러시아 대사 전격 해임
벨라루스, 교역상 특혜 취소에 불만, 바비치 대사 발언에 폭발

러시아가 가장 가까운 CIS 동맹국인 벨라루스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벨라루스 주재 자국 대사를 30일 전격 해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하일 바비치 벨라루스 주재 러시아 대사를 해임하고, 후임으로 드미트리 메젠체프를 임명했다고 크렘린측은 밝혔다. 바비치 전 대사는 지난해 8월 임명됐다. 8개월만에 해임되는 바비치 대사를 보면, 한 국가를 대표하는 (전권)대사가 순식간에 '장기판의 졸'로 변한 느낌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벨라루시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비비치 대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바비치 대사는 그동안 러시아가 추진해온 대 벨라루스 강경책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러시아 국익을 위해 강경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벨라루스 외무부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그의 언행에 큰 불만을 표시했고, 양국관계가 정상궤도를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로서는 '무마 카드'가 필요해졌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좌 청룡, 우 백호'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상태이고, 벨라루스와는 최근 불화가 짙어졌다. 러시아가 급해진 건 당연하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오랫동안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 러- 벨라루스 국가통합조약을 체결했고, 2015년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단일 시장 구축을 목표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도 함께 출범시켰다.

동맹에 금이 간 것은 러시아가 자국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벨라루시를 조금씩 외면하면서부터. 맏형답게 벨라루스에게 제공하던 교역상의 각종 특혜 조치들을 차례차례 폐지한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기존의 특혜성 원유 가격을 국제 가격으로 인상하자 벨라루스는 발끈했다.

그러나 현지의 바비치 러시아 대사는 러-벨라루스 통합으로 경제난을 해결하자며 양국 통합을 강조하자 벨라루스는 폭발하고 말았다. 자칫 푸틴-루카셴코 대통령간에 맺은 개인적 관계마저 위험에 처하자 푸틴 대통령이 '해임 카드'를 내놨다. 벨라루스의 외교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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