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서 발견된 벨루가 '러시아 스파이'로 불리게 된 사연
노르웨이서 발견된 벨루가 '러시아 스파이'로 불리게 된 사연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5.0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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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채운 벨트와 카메라 홀더, '과학자용 키트' 아니다?
냉전시절 미-러 돌고래 활용에도 경쟁적, 러 일부 '반론'

노르웨이 북극 해안에서 러시아의 '스파이 훈련'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벨루가(흰돌고래)가 우연히 발견됐다. 벨루가의 머리에는 액션 카메라인 '고프로(GoPro)를 장착하는 벨트가 둘러져 있었다. 발견된 노르웨이 잉코야섬 앞바다에서 러시아의 북부 함대가 주둔하는 무르만스크에서 415㎞ 떨어져 있으니 외신들이 '러시아 스파이 훈련을 받은 벨루가'라고 추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파이 벨루가'를 처음 보도한 노르웨이 공영방송(NRK)에 따르면 벨루가는 조업 중인 노르웨이 어선을 뒤따르며 먹이를 달라고 2∼3일 연속으로 찾아왔다. 어부 조어 헤스턴(26)은 지난 4월 26일 벨루가 목에 감긴 벨트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며 바다로 뛰어들어 벨트를 풀어줬다고 말했다.

벨트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유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는 걸 안 것은 그때였다. 노르웨이와 러시아의 벨루가 연구자들이 벨트를 씌울 수도 있지만, 양국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종류의 키트(장비세트)는 아니라는 것.

 

르웨이 해양생물학자인 오툰 리카르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벨트에 카메라는 달려 있지 않았지만, 우리 동료들은 벨루가 실험을 한 적이 없고, 러시아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종류의 키트도 아니라고 했다"며 "러시아 동료 과학자는 자국 해군이 몇 년 동안 벨루가를 잡아다 훈련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벨루가가 러시아의 훈련시설에서 탈출했을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러시아 언론도 생물학자 마틴 비우프의 말을 인용, "이같은 연구용 키트는 처음 본다"며 "러시아 해군 전문가들이 이 일을 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러시아의 예비역 대령인 빅토르 바라네츠는 러시아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벨루가를 스파이로 이용하려 했다면, '이 번호로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휴대폰 번호와 함께 적어놨겠느냐"고 스파이설을 일축했다.

러시아 스파이설이 유력하게 퍼지게 된 것은 다 연유가 있다. 우선 러시아 해군이 '전투용 돌고래'를 보유 중이라는 걸 숨기지 않았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는 지난 1973년 군 돌고래 훈련장이 설치됐다. 여기서 돌고래들은 해저 분석부터 외국 잠수부 살해, 외국 선박에 지뢰를 부착하는 임무 등을 훈련받는다고 한다.

2014년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이후 우크라이나 해군 소유의 전투용 돌고래가 러시아 군에 복종하지 않고 음식을 거부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16년 훈련 프로그램을 위해 돌고래 6마리를 구입한다며 공개입찰에 나서기도 했다. 

미 해군도 사실 돌고래의 군사적 활용에 적극적이었다. 냉전기간에 미 해군은 해저 지뢰 등을 찾기 위해 돌고래와 바다사자를 훈련시켰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지뢰제거팀을 돕는 돌고래를 걸프만에 배치한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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