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도 하기 전에 젤렌스키 우크라 대선 승자를 위협하는 것들
취임도 하기 전에 젤렌스키 우크라 대선 승자를 위협하는 것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26 05: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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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셴코대통령측 '대선공약' 우크라이나어 의무화 법안화 밀어붙어
푸틴대통령, 동부지역 주민의 시민권 획득에 '패스트 트랙' 행정명령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승리한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후보는 정권 출범도 하기 전에 나라 안팎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젤렌스키 후보는 선거가 끝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 우크라이나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대통령 당선증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자'라는 표현을 쓰지 못한다. 참다 못한 그가 25일 선관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선관위측은 "전례없는 빠른 속도로 개표 결과를 지방선관위로부터 받고 있다"며 아직 199개의 지방 선관위 중 3곳과 해외의 101개의 선관위중 40곳으로부터 결과 보고서를 받아야 한다"고 해명했다.
 

개표 결과는 늦어지더라도 승리한 후보에게 그만한 예우를 갖추는 건 당연한데, 젤렌스키 후보의 경우 이 마저도 무시되고 있다.

우선 포로셴코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운 현 집권여당은 25일 우크라이나어에 대해 특별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령에 따르면 모든 국민이 우크라이나어를 배워야 하며, 공공부문 종사자 등에게는 우크라이나어가 의무화된다.

우크라이나는 지역 특성상 서쪽 주민은 우크라이나어를 주로 쓰지만, 러시아에 가까운 동부 지역은 러시아어 사용 지역이다. 수도 키예프에서는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가 두루 통용되고, 국민 대부분이 두 언어를 모두 구사한다.

문제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우크라이나어 의무화'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대선에 패배했으면 그 공약은 없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집권여당은 권력의 공백 기간을 틈타 법제화한 것.

젤렌스키 후보측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젤렌스키는 SNS를 통해 "우리는 사회를 통합하는 법을 만들고 채택해야지 그 반대여서는 안 된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새 정권을 겨냥한 러시아의 압박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친 러시아 성향의 동부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국 시민권 취득에 걸리는 기간을 대폭 단축해주기로 했다.

한마디로 요즘 유행하는 '패스트 트랙'인데, 젤렌스키 후보측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새 정권을 ‘길들이기’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서방 언론에서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즉 돈바스 주민들이 러시아 여권을 받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6개월 이상에서 3개월로 대폭 단축된다. 돈바스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다. 도네츠크공화국과 루간스크공화국을 합쳐 부르는 곳이다.

이 행정명령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당장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고, 미국과 유럽 연합(EU)도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러시아와 '민스크 협정'을 체결한 프랑스와 독일은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이 행정명령은 민스크협정의 정신과 목적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안보리회 의에 참석해 "새 행정명명은 우크라 동부 지역 주민의 인권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어느 누구에게도 안보상 위협이 되는 일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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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시아 2019-05-01 01:30:40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 젤렌스키 후보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공식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젤렌스키(41)는 지난 21일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73.22%를 득표해 24.45%를 얻은 페트로 포로셴코(53) 현 대통령을 누르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관위는 의회 발행지인 '우크라이나의 목소리'에 대선 결과를 넘겨 공시하고, 공시 이후 30일 이내에 젤렌스키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