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개 토론 무대를 장악한 젤렌스키 후보, 21일 선거서 승리?
대선 공개 토론 무대를 장악한 젤렌스키 후보, 21일 선거서 승리?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20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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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토론장서 젤렌스키 무릎꿇고 동부지역 분쟁 희생자에 '사과'
기존 권력체제의 부패 구조 집중 공격, 유권자 마음 완전 사로잡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21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결선 투표의 마지막 변수로 거론된 후보자 '공개 토론'이 19일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렸지만, 기존의 선거 판도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정치신인인 '쇼맨' 블라디미르 젤렌스키(41) 후보가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지닌 표토르 포로셴코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두 후보의 이날 공개 토론은 '쇼맨십이 강한' 젤렌스키 후보가 주도했다. 그는 포로셴코 대통령에게 기존 권력 체제의 부정부패 구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대러 분쟁 등의 책임을 물고 늘어졌다.

 

이에 포로셴코 대통령은 젤렌스키 후보의 발언, 즉 '(동부지역 분쟁 해결을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무릎이라도 꿇겠다'는 말을 '러시아에 대한 항복'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즉각 단상에서 무릎을 꿇은 뒤 우크라 동부지역 분쟁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한, 또 그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나아가 포로셴코 대통령에게도 "같이 무릎을 꿇자"고 권하면서 "나는 푸틴(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을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무릎을 꿇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최근 실시된 대선 여론조사(우크라이나 키예프 국제사회연구소)를 보면, 젤렌스키 후보는 72%의 지지를 얻어 상대(25%)를 크게 앞선 것 으로 나타났다. 공개 토론에서 젤렌스키가 '공격 무기'로 사용한 기존 권력의 부정부패 체제에 염증을 느낀 우크라이나인들은 '경험은 없더라도 신선한' 후보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회의원들의 면책 특권을 폐지하는 등 사법 개혁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평생 공직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을 약속했다.

나아가 젤렌스키 후보 캠프측은 정권교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진영도 포로셴코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젤렌스키 측과 접촉면을 늘려가는 중이다.

젤렌스키와 마찬가지로 '단기 필마'로 기존 정치권을 뒤흔든 경험을 지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젤렌스키 후보와 만났다. 포로셴코 대통령과 연쇄 회동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방점은 젤렌스크 후보에게 있었다.

젤렌스키 후보의 선거본부장인 이반 바카노프도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고위 관리들과 만나 새 정부도 친서방 정책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카노프 본부장은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친 러시아 반군과 협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기존의 '4자 노르망디 회담'에 미국과 영국을 참여시키고자 한다.

이같은 공약을 포로셴코 대통령이 '크렘린의 꼭두각시'라고 몰아붙였으나, 유권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또 젤렌스키가 이스라엘에 망명 중인 반정부 성향의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내세운 후보라고 공격했으나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지난 3월31일 열린 대선에서 젤렌스키 후보는 30.24%를 얻어 15.95%를 득표한 포로셴코 대통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선거법상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자가 없어 두 후보는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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