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난무하는 푸틴-김정은 정상회담설, 한러 언론의 특종경쟁을 보니
[심층분석]난무하는 푸틴-김정은 정상회담설, 한러 언론의 특종경쟁을 보니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17 21:1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합뉴스, 이즈베스티야 보도에 우샤코프 외교보좌관까지 나섰다
북한수뇌부 일정은 사전에 공개된 적 없어, 특종경쟁 무의미할 듯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내주 정상회담설이 무성하다. 극동 연해주 어디서엔가 두 정상이 만나긴 만날 모양이다. 한국과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북러 정상회담은 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확정된 듯하다. 그러나 아직은 정확한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놓고 양국 언론간에 특종 경쟁이 붙었다.

불을 지핀 쪽은 연합뉴스다. 당초 김정은 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모스크바가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라고 전했다. 러시아 주요 언론이 연합뉴스를 인용할 정도였다. 근데, 당사국인 러시아와 북한이 아닌 제3국인 한국 언론이 정상회담 장소를 먼저 특정하다니, 기사의 신빙성이 좀 떨어졌다.

다행히 러시아 유력지 이즈베스티야가 17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실제로 준비되고 있다"며 "8년 만에 열리는 러북 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해 연합뉴스 기사를 뒷받침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했다.

이쯤 되자 푸틴 대통령의 대외정상회담 일정을 총괄하는 유리 우샤코프 외교 보좌관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언론의 등쌀에 못이겨 "적극적으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정상회담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장소와 시간은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의 15일 발언과 다를 바 없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양국 언론의 특종 경쟁은 아마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금까지 북한의 최고수뇌부 일정은 사전에 공개된 적은 없다고 한다. 북러 정상회담 일정은 끝까지 베일에 가려지고, 장소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말에 열린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베트남의 휴양지 다낭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언론들이 다낭에 숙소를 예약했으나 하노이로 회담장소가 바뀌는 바람에 예약금을 다 날려야 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일부 건물이 폐쇄되는 등 회담 준비 징후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스포츠 시설이 있는 극동연방대학 건물의 한 가가에 "김정은(위원장) 방문으로 17~24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설명문이 나붙었다는 것이다.

북한 고려항공의 내주 블라디보스토크 운항 일정이 알려지고, 김정은 위원장의 일정을 총괄하는 집사격인 김창선이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목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유동적이라고 봐야 한다.

이즈베스티야는 러북정상회담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은 즉흥적이기 때문에 일정 변경 등의 '깜짝쇼'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사전에 시간과 장소와 알려지면 러시아측에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보좌관의 17일 발언을 러북간에 장소와 시간 협의가 아직 진행중으로 해석하는 현지 언론도 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북정상회담은 지난 2011년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한 뒤 8년 만이다. 김 위원장도 부친과 마찬가지로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라 시베리아 어디 외딴 곳으로 갈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릴 것이다. 정치·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북한측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북한이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중국보다 러시아를 더 선호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이러시아 2019-04-20 07:41:12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양자 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문제, 지역 협력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크렘린이 19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북러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논의의 보따리는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북미회담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러북 회담은) 상당히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국가 간의 회담"이라면서 "우리는 다른 대륙에 떨어져 있지 않고 국경을 맞대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확한 회담 일정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안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측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시아 2019-04-19 06:38:5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하반기에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러시아 크렘린이 18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문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했다.
크렘린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4월 하반기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알맹이가 빠진 이 발표는 역시 한러 양국언론의 취재경쟁속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