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셴코 우크라 대통령의 결선 투표 전략은? '반 러시아 감정 자극'?
포로셴코 우크라 대통령의 결선 투표 전략은? '반 러시아 감정 자극'?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05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러 유화적인 젤렌스키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 러시아와의 국경봉쇄 강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적대 노선을 더욱 강화했다.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오는 21일 '쇼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후보와의 결선투표를 앞두고 반러시아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3일 러시아의 국경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러시아와의 비정기 전세기 운항을 금지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모스크바-키예프 운행 열차도 곧 멈춰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적당한 순간을 선택한 것 같다. 3주 후 유권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일까? 결국 우크라이나 국민은 모든 것을 깨닫고 짐을 싸기 시작할 것"이라며 '3주후 결선투표 결과를 겨냥해 반 조롱조로 페이스북에 썼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비정기 전세기 운항 금지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크라이나와 '침략국'(러시아) 간 비정기 여객기 운항을 막기 위해 영공 이용에 관한 규정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가 지난달 31일 치러진 대선에서 포로셴코 대통령이 결선투표 진출이 확실시된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 두 후보는 오는 19일 TV토론을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포인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젤렌스키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가 거의 '더블 스코어'(30.23%대 15.95%)로 나타난 표밭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포로셴코 정권 차원'의 조치라는 것이다. 

러시아 매체 rbk 동영상 캡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의 대화 의지를 밝힌 젤렌스키 후보에 맞서 유권자들의 반러시아 감정을 자극해 반 젤렌스키 세력을 결집하려는 포로셴코 대통령측의 선거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젤렌스키 후보는 3.31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무릎 꿇는 것을 막기 위해 내(젤렌스키)가 푸틴(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일 수도 있다"며 대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렇다고 젤렌스키 후보가 친러시아 성향을 지닌다고 할 수는 없다. 반러·친서방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나 포로셴코 대통령에 비해 그 강도가 현저히 약화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일부 서방국가들이 젤렌스키의 정치 성향과 대 러시아 정책노선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대러 강경 조치에는 친러시아 성향의 유리 보이코 후보의 돌출 행동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보이코 후보가 지난 3월 키예프에서 출발하는 전세기를 이용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진 뒤 관련 제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보이코 후보는 이번 대선에 친러시아 성향의 정당 '야권 플랫폼-삶을 위하여'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 두자리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보이코 후보 일행은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 등을 만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이후 심각한 타격을 입은 양국간 교역 회복, 러시아산 가스의 우크라이나 경유 수송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우크라 관계는 현재 직접 교류가 거의 단절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5년 10월 러시아와의 정기 여객기 및 화물기 운항을 전면 금지했고, 러시아도 즉각 보복조치에 나섰다. 러시아 언론은 5일 모스크바와 키예프를 잇는 기차편도 봉쇄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키예프로 가려면 인근 벨로루시를 거쳐 가야 할 판이다. 

보이코 후보의 모스크바 행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비정기 전세기 운항을 금지하지 않은 법률적 허점을 파고든 것인데,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들을 불법 월경 혐의로 조사할 태세다. 

포로셴코 대통령 정부는 또 이번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러시아에서 운영하던 투표소들을 전격 폐쇄하고 러시아에 거주하는 약 300만명의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에게 주변 국가인 그루지야(조지아), 카자흐스탄, 핀란드 등에서 투표하도록 했다. 친러시아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사실상 제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포로셴코 대통령측으로서는 이번 선거에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