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투자비자 '티어1' 발급 일단 중단, 러 올리가르히 운명은?
영, 투자비자 '티어1' 발급 일단 중단, 러 올리가르히 운명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2.0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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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비자 발급및 연장 조건을 강화하면, 영국 도피 올리가르히 '고민'
스위스 등 다른 지역으로 가느냐? 러시아로 다시 유턴하느냐 기로에

영국이 러시아 올리가르히 등 해외 부호들의 합법적인 영주·시민권 획득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투자비자, 즉 '티어(Tier) 1'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6일 내년 새 제도를 마련하기 전까지 '티어 1'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황금 비자'(golden visas)라고도 불리는 '티어 1'비자는 부동산을 제외한 영국 주식이나 채권, 기타 자산에 200만 파운드(약 28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2년 이상 영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또 투자 규모를 확대하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 비자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버텼던 영국이 정책을 바꾼 것은 지난 3월 발생한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이 결정적이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 아브라모비치
러시아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 아브라모비치

당시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무분별한 '티어 1' 비자의 발급을 금지하고, 의심스러운 인물로 지목되면 부동산 구입 자금이 합법적 출처라는 점을 법정에서 입증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불법 행위에 연루된 자금으로 판명되면 영국 정부가 자산을 동결하고 압류하겠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미 뉴욕 타임스는 "영국 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다우닝스트리트 10번지에서 몇 블록만 가면, 푸틴 대통령의 '이너 서클' 멤버들이 소유한 화려한 자택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총리 집무실 인근에는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 소유 기업 명의로 된 1600만달러(171억원)짜리 아파트가 있고, 런던 최고 부촌 '켄싱턴 팰리스 가든스'에는 러시아 올리가르히 로만 아브라모비치(사진)가 소유한 저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러시아인/영국 수사기관 CCTV 자료

그러나 영국에서 거주중인 올리가르히는 사실상 '반 푸틴' 성향을 보이다 쫒겨난 부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옐친 전 대통령의 국영기업 사유화 정책 과정에서 돈을 끌어모은 뒤 1990년대 중반부터 영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 집권후 '올리가르히 압박' 이 강화되자 도망가듯 영국으로 떠났다.

이들의 삶을 추적한 책 ‘런던그라드: 돈을 들고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 은 영국 도피후의 삶을 보여준다. '런던그라드'는 런던과 러시아어로 도시를 뜻하는 '그라드'의 합성어이다. 

런던은 올리가르히들에게 합법적인 재산 은닉처로서 꽤 매력적인 곳이었다. 영국은 자국에 거주하는 범죄자(올리가르히)를 인도하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고, 부유층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했다. 예를 들면 부동산 구입 자금 출처 확인 과정을 생략하거나, 대충 넘긴 것이다.

투자 비자의 연장이 강화되면, '런던 그라드'는 불안해진다. 자칫 자산을 영국 정부에게 다 압류당할 수도 있다. 투자 비자의 심사 강화는 영국과 러시아 정부에게는 '올리가르히의 자산'을 옭아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러시아 정부가 도피한 올리가르히를 상대로 '과거는 묻지 않겠다'며 러시아 유턴을 권하는 이유다. 

영국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투자비자를 발급받은 이는 3천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상당수가 러시아 올리가르히로 추정된다. 올해만 해도 러시아인 38명이 '티어1' 비자를 받았다. 

영국 정부가 내년에 새롭게 도입할 투자비자 제도에 따르면 신청자는 금융 및 사업 수익에 대한 포괄적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투자 자금을 최소 2년간 자신이 운용해 왔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캐럴라인 녹스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은 "영국은 항상 경제와 기업 성장을 도우려는 합법적이고 진실한 투자자에 대해 열려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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