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적의 어머니를 둔 한 중학생의 죽음-인종차별의 피해자?
러시아 국적의 어머니를 둔 한 중학생의 죽음-인종차별의 피해자?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1.19 0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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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친구는 어머니가 어렵게 사준 패딩점퍼까지 빼앗아 입고 버젓이 나타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폭력이 도를 넘었다는 개탄에, 우리 사회의 반성이 필요

러시아 국적의 어머니와 함께 살던 중학생이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추락해 숨졌다. 당초에는 중학생 한명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살만한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가해 중학생들이 중학생이 죽은 당일 새벽에도 죽도록(?) 맞았다는 것이다. 13일이면 화요일인데, 월요일에 학교에 갔다가 새벽까지 가해자들에게 끌려다녔다는 것은 혹시 아닐까? 가해 친구들이 아무리 지독하다고 해도 그건 아닐 것이다.

다만 38세의 어머니는 홀로 중학생 아들을 키워야 하니, 돈을 벌기 위해 하루종일 일을 하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인천 연수구라면 남동산업단지가 가깝고, 송도유원지도 있다. 어머니는 아들이 친구들에게 어떤 괴롭힘을 당하는지, 그 정도였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어머니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경로로 한국으로 왔는지 궁금하다. 중학생 아들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많은 여느 다문화가정과 다를 바 없다. 그 학생의 아버지는 지금 어떤 생각에 잠겨 있을까? 

SNS에 오른 피해자 어머니의 러시아어로 된 글. 5분전에 "아들을 죽인 살인자들" 바로 1분 뒤에 "마지막 아이는 아들 점퍼를 입고 있다" 라고 적었다.

 

또 하나는 어머니가 16일 가해 학생들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장면을 TV로 본 뒤 그 중 한 학생(정확히는 마지막 학생)이 아들 (패딩) 점퍼를 입고 있다며 러시아어로 SNS에 올린 것. 그 점퍼는 1년 전 어머니가 20여만 원을 주고 아들에게 사준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러시아 SNS에 글을 올렸다는 것은 아직 한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 글을 누군가 한글로 번역한 뒤 국내 SNS에 올렸고, 삽시간에 전국에 퍼졌다. 

이미 많이 알려진 상태에서 가해학생이 점퍼까지 빼앗아 입었다는 사실에 SNS에는 가해학생의 행패에 공분하는 글과 어머니를 위로하는 글이 대거 올라왔고, 러시아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적인 인종차별이나 다름없다는 글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다문화 가정 학생인 이 중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제보와 함께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 20여 건이 올라왔다. 피해 중학생을 잘 안다는 한 청원인은 “(중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으로 힘들어 했으며 지금 가해자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던 또래라고 알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던 아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호소했다.

이 청원에는 18일 현재 4000여 명이 동의했다. 인종차별적 요인이 가해자들의 심리에 들어있다면 더 많은 동의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11일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서로 입고 있던 점퍼를 바꿔 입었다”며 점퍼를 빼앗은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인천시는 어머니에게 장례비를 지원하고, 6개월 동안 매달 생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심리상담 치료와 사회 복귀도 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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