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제재의 역설? 러시아 경제 오히려 좋아졌다
미 경제제재의 역설? 러시아 경제 오히려 좋아졌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0.18 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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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에 루블화 가치 하락 맞물려 '경제여건' 개선 효과 주목
곳간 넉넉해지고, 대외채무도 줄어/고금리에 물가 상승 부작용은 여전

러시아에 대한 미국 경제제재의 역설이라고 할까?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려는 미 경제제재가 거꾸로 러시아에 긍정적인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물론 때맞춰 형성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탓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은 16일 러시아가 미국(유럽)의 경제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은 커녕 재정 곳간은 넉넉해지고, 주식시장 역시 상승하는 등 실제로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철회 움직임으로 지난 8월 중순 이후 14% 가까이 뛰었다. 그 사이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영국내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사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 움직임으로 15%이상 떨어졌다.

유가는 오르고, 루블화가 떨어지는 이중적 현상이 동시에 벌어졌는데, 경제이론상 통화가치의 하락은 수출업체에게는 그만큼 이득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러시아 석유수출업체는 지난해 말만 해도 석유 수출시,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3,835루블을 벌여들었지만, 이제는 5,262루블을 챙기고 있다. 유가 상승과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러시아 석유업체들은 가만히 앉아서 40% 가량 매출을 더 올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로스네프트 홈페이지
사진출처:로스네프트 홈페이지
사진출처:로스네프트 홈페이지
사진출처:로스네프트 홈페이지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업체 로스네프트는 지난 2사분기 세전 순익이 전분기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도 뛰었다. 올들어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 주가는 각각 56%, 39% 폭등세를 기록했다. 

석유업체 매출 증가는 곧바로 러시아 정부의 세수 확대로 이어진다. 수출세 탓이다. 러시아는 석유 등 자원 수출시 일정한 세금을 거두는 자원부국이다. 그러다 보니, 경상수지 흑자도 지난해 4사분기 146억 달러에서 올해 1사분기 183억 달러로 증가했다.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츠의 신흥국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빅토 자보는 "러시아는 고유가와 루블화 약세로 서방국가들의 의도와는 달리 경제제재에 따른 이익을 크게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제재로 러시아 기업들이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줄이면서 대외 채무도 줄어들었다. 러시아 민관 부채 규모는 2016년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올해 1사분기에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투자은행들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러시아 국가 분석에서 "러시아가 그동안 저유가와 경제제재에 잘 적응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가나 기업의 부채 규모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경제지표는 푸틴 대통령의 만족감으로도 확인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 크렘린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연설문에서 "산업성장이 (올들어) 8개월 동안 3.1%에 도달했고, 그중 제조업 성장은 3.8%에 이르며, 올 상반기 고정자본투자도 3.2% 늘었다"면서 "러시아 경제는 핵심지표에서 대체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화물운송도 늘고 소매거래도 늘어나는 등 민간소비도 나쁘지 않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투자활동의 유지, 제조업과 중소형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해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것, 임금 상승과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신속히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한 메드베데프 총리의 정부와 중앙은행의 공동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서 보듯, 서방의 경제제재가 러시아 금융시장을 한바탕 뒤집어놓는 바람에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그 부작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서방의 경제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반토막 나고, 수입품 가격이 폭등하는 등 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때 중앙은행이 선도적으로 금리를 대폭인상하는 등 위기 관리에 나섰고, 지금도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 9월 0.25% 포인트라는 깜짝 금리인상에 나서야만 했다. 현재 러시아 기준금리는 7.5%로, 국제금융시장 기준으로 크게 높은 상태다. 

중앙은행의 끝없는 노력에도 러시아 물가는 여전히 위험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2019년 정책 목표인 4%를 크게 넘어 5.5%까지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달러표시 러시아 국채 수익률은 3.28%에서 4.275%로 급등하는 등 금융부담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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